지난 27일 오후. 점심식사 이후 다들 졸음과의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을 즈음 적막을 깨고 걸려온 한 통의 전화는 엠파이트 사무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따르릉 따르릉'

"저기 엠파이트죠? 우체국 배달원인데요. 우편물을 배송하고 있는데, 수령자 성함이 이상해서요. XXXX 주짓수라고 표기돼있네요. 받으시는 분의 성이 주氏 맞나요?"

그 우편물은 엠파이트가 구정을 맞이해 친분이 있는 체육관에 보낸 연하장이었다. 수령자 이름을 생략한 채 체육관이름만 기재했는데, 주짓수라는 단어가 우체국 배달원에겐 매우 생소했던 모양이다.

그 전화는 다소 처져있던 사무실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다들 폭소를 터뜨리며 "와~ 이거 완전 기사감인데?", "성이 주씨면 이름은 짓수? 하하하", "지수는 그럴싸한데, 짓수는 좀... 캬캬"하는 반응을 내놓았다.

그러나 마냥 웃고 넘길 일은 아니었다. 배달원의 한마디는 아직 주짓수가 국내에서 대중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만약 태권도, 유도, 복싱 체육관이었다면 배달원은 전화를 하지 않고, 알아서 배달 임무를 완수했을 것이다.

한국에 주짓수가 도입된 지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초창기에는 꿈으로만 여겨졌던 블랙벨트가 10명이나 생겼다. 특히 지난해에는 여러 명의 블랙벨트가 탄생한 것은 물론 '월드 프로페셔널 주짓수 아부다비 컵'의 국내예선이 치러지면서 과거 어느 때보다 주짓수 바람이 강하게 휘몰아쳤다.

그러나 국내에 존재하는 주짓수 체육관은 40여 곳. 수백 개가 넘는 입식격투기, 태권도 등의 투기스포츠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명한 것은 한국 주짓수의 성장 속도가 최근 들어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체육관 관원이 100여명이 되는 곳이 점차 눈에 띄고, 퍼플벨트와 브라운벨트가 늘어나며 체육관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또한 해외에서 종합격투기가 호황을 누리고 있고, 주짓수라는 무술이 종합격투기의 필수과목이 되면서 대중 속으로 침투하고 있다. 도복을 입고 겨루는 스포츠인 만큼 한국인의 정서에도 잘 맞는 편이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한국 선수가 메이저 주짓수 대회인 '월드 프로페셔널 주짓수 아부다비 컵'에 출전한다. 내년 열리는 대회에는 더 많은 본선티켓이 주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선수들은 올해 아부다비행 꿈을 갖고 치열한 예선전을 벌일 예정이다.

지금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다. 모든 주짓수 지도자들이 지금처럼 열정을 갖고 노력한다면 5년, 10년 뒤에는 한국 선수가 세계적인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고, 1000명 이상이 출전하는 주짓수 이벤트가 치러지는 것도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