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을 목숨처럼 생각하고 수련하는 이들은 얼마든지 많다. 그러나 여기, 실제로 무술을 통해 병마를 딛고 일어나 두 번째 삶을 살아가는 이가 있다.

바로 브라질리언 주짓수를 평생 동지로 택한 정종철(34, 부천블루드래곤)이 그 주인공이다.

평생 신장병을 앓아온 정종철에게 사실 격렬한 스포츠는 독(毒)이나 다름없다. 신장에 무리를 주는 근육운동이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절대 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환으로 몸이 점점 힘들어져가는 가운데 정종철은 운명의 브라질리언 주짓수를 만나게 됐다.

정종철은 "원래는 복싱을 먼저 시작했어요. 그런데 허리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죠. 그러나 복싱과 달리 주짓수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으로 이뤄져 있어 저에게는 신이 내린 선물과도 같은 운동이었어요"라며 주짓수와의 만남을 설명한다.

아버지의 신장을 이식 받은 후, 정종철은 몸에서 15kg이 빠져나가는 괴로운 과정을 뜬 눈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지방 뿐 아니라 단백질까지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심신이 피로해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정종철을 다시 일깨운 것은 누운 상태에서 상대를 다치지 않게 제압하는 주짓수였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허리와 신장에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정종철은 "지금까지 아무런 이상이 없으니 너무 신기할 정도에요. 고질적인 허리 통증은 허리 기립근과 하체 단련을 통해 치유해오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제는 주짓수가 평소 생활에도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 됐어요"라며 감탄하고 있다.

부천 블루드래곤에서 2년 가까이 주짓수를 수련하고 있는 정종철은 도복을 입고 땀을 흘리는 과정에서 육체적인 정화 뿐 아니라 심리적인 안정까지 얻게 됐다. 블루드래곤의 김진철 관장에게 가르침을 받으면서 주짓수가 '평생운동'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 것이다.

정종철은 "관장님께서 주짓수는 같이 늙어가면서 함께 운동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냐고 하시더라고요. 그 때 비로소 내가 이 운동에 왜 이렇게 미쳐 있는지 알게 됐어요. 저보다 늦게 들어온 후배들에게는 농담 삼아 장애인인 나도 하는데 왜 못 하냐고 웃으면서 말합니다"라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