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게이라의 탈퇴가 붕괴의 시발점

브라질리언 탑팀(이하 BTT)은 슈트복스 아카데미와 함께 브라질을 대표하는 종합격투기 팀 중 하나였다. 특히 BTT는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 히카르도 아로나 같은 걸출한 스타들을 배출하면서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의 팀으로 발돋움 하게 된다.

하지만 내부적인 갈등은 계속 존재해왔다. 팀의 쌍두마차격인 무릴로 부스타만테와 마리오 스페히 간의 갈등이었다. 이 둘 사이는 묘한 경쟁 심리와 라이벌 관계로 인해 충돌이 잦았고, 팀의 선수들도 마리오파와 무릴로파로 나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 사실이었다. 삐그덕 거리던 BTT가 본격적으로 무너지게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노게이라가 탈퇴한 것이었다. 오늘날 BTT의 명성을 만든, BTT의 노른자라고도 할 수 있는 노게이라가 팀과의 상의를 거치지 않은 채 UFC 행을 결정지은 것이 붕괴의 시발점이었다. 수익의 배분 문제 등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진 노게이라의 단독 행동은 수년간 다져왔던 BTT의 지반구조에 균열을 일으켰다.

아니나 다를까 부스타만테와 잦은 갈등을 일으켰던 팀의 창단 멤버인 마리오 스페히도 이즈음 팀을 떠나게 된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83KG 최강자인 파울로 필리오도 최근 BTT와 결별한 것으로 알려져 BTT의 붕괴설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필리오 스스로도 최근 인터뷰를 통해 "BTT는 곧 분열될 가능성이 크다"며 친정집의 붕괴를 암시했다.


프라이드의 운명은 곧 BTT의 운명?

BTT가 무너진 시기는 프라이드의 침묵과 시기적으로 맞물린다. 지난해 후지 TV 중계권을 잃어버린 프라이드가 올 초 북미 거대 재벌 기업인 ZUFFA사에 매각되고 만다. 4월 프라이드 34를 끝으로 프라이드는 긴 휴지기에 들어갔고 프라이드를 목표로 하던 선수들이나 프라이드에서 활동하던 선수들 역시 휴지기를 가지거나 타 단체로의 진출을 모색하게 됐다.

BTT가 무너진 것도 이것과는 무관하지 않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BTT는 슈트복스 아카데미와 함께 브라질선수들이 프라이드로 진출할 수 있는 가장 영향력있는 에이전트 중 하나였다. BTT와 슈트복스로 많은 선수들이 몰리는 것은 두 팀만이 가지고 있는 훈련 노하우도 이유가 될 수도 있지만 프라이드로의 진출 통로로서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것이었다.

하지만 프라이드의 휴지기가 길어지면서 BTT와 슈트복스가 가지고 있던 이러한 권리도 동시에 소멸돼 버렸다. 선수들은 프라이드에 진출하기 위해 굳이 특정 단체에 머무르거나 줄을 댈 필요가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노게이라와 필리오가 BTT 떠난 것도 이와는 전혀 무관해 보이지는 않는다.

슈트복스의 경우는 달랐다. 선수들의 이탈 없이 K-1과 UFC라는 새로운 단체로 선수들을 진출시켰다. 반더레이 실바와 마우리시오 쇼군은 UFC로, 무릴로 닌자는 엘리트XC로, 안드레 디다는 K-1 히어로즈로 진출했다. 특히 사쿠라바 카즈시의 추천으로 K-1 히어로즈로 진출했던 디다는 발군의 기량을 뽐내면서 슈트복스 후배들의 K-1 진출 물꼬를 확실하게 텄다.


주짓수 명가 BTT, 이제 어디로?

현재 BTT에 남아있는 선수 중 알려진 선수는 부스타만테와 아로나, 루이스 부스카페 정도다. 유명선수의 절반이 떨어져 나갔고 팀 운영은 창단멤버들인 무릴로 부스타만테와 베베오 두아르떼가 맡고 있다. 과거의 화려함을 생각하면 너무나 초라해진 구성이다.

타 단체로의 진출활로를 튼 슈트복스에 비해 BTT는 입장이 달라졌다. 노게이라와 필리오, 스페히는 각자 살길을 찾아 팀을 떠났다. 남아있는 선수 중 거물급이라고 할 수 있는 히카르도 아로나는 UFC로 가길 원하고 있지만 경기스타일의 이유로 UFC측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잇따른 불화로 선수이탈로 위기에 빠진 BTT. 명가의 재건이냐 추락이냐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건 과거처럼 화려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시기까지는 수년의 공사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당분간 메이저 무대에서 BTT 소속의 선수들을 자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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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ozzman8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