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바왕' 윤동식(37, 팀 윤)이 파이터 인생에서 두 번째 위기에 닥쳤다. 2005년 프라이드에 데뷔해 4연패의 수렁에 빠졌던 윤동식은 또 다시 연패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동식은 오는 25일 열리는 '드림 12' 대회에서 '파워 그래플러' 파울로 필리오(32, 브라질)와 맞붙는다. 필리오는 그래플링에 기반을 둔 파이터로 데뷔 후 16연승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우울증으로 인해 슬럼프를 겪었지만 최근 2승을 따내는 등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이번 경기를 반드시 승리해야하는 절박한 상항에 놓인 윤동식에게 필리오는 분명 부담스러운 상대다. 윤동식에게 비상구는 있을까?

'특명' 필리오의 테이크다운 봉쇄

윤동식은 그래플러보다는 타격가와의 경기를 선호하는 편이다. 위험이 있지만 그만큼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기 때문. 따라서 필리오와의 상성은 그리 좋다고 볼 수 없다.

필리오는 주짓수가 기반이지만 강력한 힘을 이용한 테이크다운이 일품이다. 지금까지 필리오를 상대한 선수들은 그의 테이크다운을 알고도 막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윤동식 역시 그래플링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이번 경기가 서브미션으로 끝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꼭 서브미션이 아니더라도 필리오의 테이크다운은 반드시 방어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필리오는 테이크다운 후 마운트 포지션을 점령하면 좀처럼 스윕을 허용하지 않는다. 파운딩이 위협적이진 않으나 안정적인 자세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파운딩은 엄청난 무기다. 필리오는 한 번 기회를 잡으면 라운드가 종료될 때까지 같은 포지션에서 압박, 결국 판정으로 승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윤동식 입장에서는 특히 1라운드 초반을 조심해야 한다. 드림 룰은 프라이드 방식을 그대로 이어 받아 1라운드 10분, 2라운드 5분을 채택하고 있다. 1라운드 초반 필리오에게 테이크다운을 당하면 최악의 경우 1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깔린 상태에서 싸워야 할 수도 있다.

비상구는 정녕 없는 것일까?

필리오가 상성 상 힘든 상대인 것은 사실이지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경기는 타격이나 서브미션으로 승부가 결정될 확률이 적고, 판정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그래플링에 기반을 둔 두 선수는 서로를 넘어뜨리는데 주력할 것이며, 테이크다운에 이은 포지션 점령이 판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필리오는 최근 인터뷰에서 "윤동식은 뛰어난 그래플러지만 힘은 내가 한 수 위"라며 윤동식과의 그래플링 대결에 큰 자신감을 나타냈다.

필리오와 윤동식은 같은 그래플러지만 테이크다운 방법에서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주지떼로인 필리오는 레슬링 형태의 정면 테이크다운을 선호한다. 강력한 힘과 타이밍을 이용한 테이크다운으로 많은 재미를 보고 있다.

반면 윤동식은 세계적인 엘리트 유도가 출신답게 유도식 테이크다운을 효과적으로 이용한다. 특히 클린치 상황에서 상대의 몸을 감싸고, 발을 이용해 중심을 무너뜨리는 기술은 일품이다. 선으로 비유하자면 필리오는 직선을 선호하고, 윤동식은 곡선을 이용한다.

윤동식의 유도식 테이크다운은 예상보다 큰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 제아무리 레슬러라도 발을 활용하는 유도식 테이크다운의 경험이 적으면 당황할 수 있기 마련. 필리오는 아직까지 일류 유도가와 맞붙은 경험이 없다.

'AGAIN 2007' 그때의 감동을 다시 한 번

2007년은 윤동식에게 있어 최고의 한 해였다. 프라이드에서 4연패를 당한 윤동식은 2007년 K-1 히어로즈로 이적했다. 그리고 데뷔전 상대는 멜빈 마누프로 결정됐다.

당시의 반응은 '윤동식은 왜 항상 강한 선수만 상대하는가. 5연패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윤동식은 그 경기에서 한 편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마누프의 펀치에 조금도 움츠려들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암바로 승리를 따내는 장면은 아직도 너무나 생생하다. 한쪽 눈이 파랗게 부어오르고 링에서 환호하던 모습은 세계의 수많은 팬들을 감동시켰다.

윤동식은 그 승리를 발판삼아 내리 3승을 추가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세 경기 연속 신들린 암바를 성공시킨 그에게 '암바대마왕'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현재 윤동식의 상황은 그때와 비슷하다. 연패의 늪에 빠져있고, 강한 상대와 맞붙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경기가 마누프와의 경기처럼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파이터 윤동식. 2007년의 영광을 다시 재연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드림 12
2009년 10월 25일 일본 오사카 성홀

젤그 갈레시치 vs. 사쿠라바 카즈시
시바타 카츠요리 vs. 이시자와 토키미츠
마리우스 자롬스키 vs. 배명호
후지와라 케이스케 vs. 미야시타 모토야
파울로 필리오 vs. 윤동식
마에다 요시로 vs. 체이스 비비
에디 알바레즈 vs. 키쿠노 카츠노리
히로나카 쿠니요시 vs. 박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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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일 기자(junil.ko@gmail.com)